슬라브 굽타는 할렘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종이, 스펀지, 심지어는 빵을 재료로 삼아 섬세한 데이지와 장미, 그리고 여성용 슬리퍼를 만들 수 있다.
디자이너 슬라브 굽타의 작업실, 이스트 할렘의 평범한 아파트 건물 벽면에는 꽃이 피어있다. 꽃의 화려한 분홍색과 흰색은 홀리호크 탑의 구석에 활기를 가져다준다. 근처 책장에는 희끄무레한 색감의 여성용 슬리퍼, 캐롤라이나 장미와 딸기 꽃봉오리가 토기 냄비에서 물씬 넘쳐 나온다. 굽타는 가지치기도, 집게도 아닌 핀셋과 돋보기 안경을 사용해 상냥한 손길로 정원을 돌본다. 가까이에서 보면 이 식물들은 모두 종이로 만들어졌고, 각각의 섬세한 암술과 더듬이까지 놀랍도록 실물과 똑같아 보인다.
몇 달 전 이 아파트로 이사한 이후 굽타는 120피트에 불과한 방에서 자신만의 종이 정원을 가꾸고 있다. 그는 상황에 자신을 맞추지 않는 것에 익숙하다. 굽타는 인도 잠무의 카슈미르 주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자랐는데, 그의 다섯 가족은 이 스튜디오보다도 작은, 창문조차 없는 방에서 지냈다고 한다. 그때도 그는 강박적으로 상상력 넘치는 그림을 그리고, 어떤 재료로든지 조각을 만들어 내곤 했다. 29세가 된 지금, 굽타는 자신의 지략을 사용해 신진 에술가로 거듭났고, 그의 종이 식물들은 패션과 디자인의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지난 5월, 코스튬 연구소의 연례 축제였다. 그의 작품이 패션 디자이너 토리 버치의 가운을 장식하면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계단에 올랐다. 굽타는 이제 많으 개인 고객들을 위해 식물을 만들 뿐 아니라 예술,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를 통합하려고 한다.
굽타가 종이를 사용해 스스로 창의적인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그는 혼자 힘으로 즉흥연주를 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는 말한다. "내가 자란 곳에선 무언가를 원한다면 스스로 해내야만 했죠." 9살 때, 그는 가톨릭 학교와 교회를 꾸미기 위해 종이꽃을 처음 접었는데, 영수증 책자에서 얇은 노란 시트를 압착해 만들었다. 그것은 모두 주가드 정신(*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독창적인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내는 경영으로, 인도 기업의 경영철학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용어.)에 의한 것으로, 힌디어로 대충 '완벽한 수리'라는 뜻이었다. "인도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일을 처리하게 만드는 개념이에요." 굽타는 설명한다. "그 정신은 우리 피에 흐르고 있어서 어디서든 망설이지 않죠. 평생, 그런 식으로 일해 왔습니다.“
파슨스 스쿨 오브 디자인 장학금을 받고 뉴욕에 도착하기 전 굽타는 인도에서 건축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인테리어 디자인 프로그램에서 1년을 보낸 뒤, 그는 재정적인 이유로 중퇴하게 되었다. 그 후 코스튬 연구소의 2017년 Comme des Garsons 전시회를 방문했는데,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의 조각, 꽃무늬 드레스들에 흠뻑 빠졌고, 다시 종이꽃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가 인스타그램에 꽃을 올리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브라이언 소여 같이 뉴욕 벨포트 정원에 있는 식물 모양 종이꽃을 만들어달라는 사람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그러던 중 올봄 토리 버치의 스튜디오에서 전화가 왔다. 마침 이 디자이너는 올해 멧 갈라를 위한 드레스에 꽃무늬를 넣을까 고려 중이었는데, 이 행사는 캠프를 패션으로 축하하는 행사였다. 몇 주간의 고민 끝에, 버치 드레스 컨셉을 정했다. 수백 개의 종이 데이지를 하얀색 티어드 크리스털 오르간자 가운에 손으로 바느질해 붙이는 것이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굽타는 지름 1인치도 안 되는 320송이의 꽃을 만들게 되었고, 각각의 중앙 받침대에 흰 종이를 손으로 직접 잘라 붙이는 작업이 계속되었다. 굽타는 "3일 동안 잠을 자지 않았다"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종이꽃 만드는 기술이 발달한 중국과 멕시코와는 달리, 굽타에게 어떤 특별한 전통이 있는 건 아니다. 대신에 그는 꽃을 만들 때 항상 주가드 정신을 가지고 임한다. 줄기는 종이 타월, 카펫은 화장지로 만들었을 수도 있다. 굽타는 초기 샘플로 둥글게 만든 종이를 빵이나 화장 스폰지 등에 감아 꽃받침을 만들고, 그 후 점토로 작게 굽은 틀을 만들어 종이 원반을 완성했다. 그제야 만족한 굽타는 셰프마스터 리카겔 식용 색소로 꽃 하나하나를 손수 물들인다. 이런 방법을 써야 꽃이 가장 진짜 같은 색을 낸다고 한다.
아직 굽타는 종이꽃에만 집중하고 있다. 전시를 위해 조지 호수 근처의 볼튼 역사 박물관에서 뉴욕 식물들을 수집하고 있으며 패션 하우스를 위한 장식도 계속 만들고 싶다. 그러나 더 많은 공간을 갖게 되면 보다 더 종합적인 창조를 실현할 생각이다. "모든 것을 저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가 이끼, 거친 홍당무 색 바구니, 꽃병과 항아리 사진으로 가득 찬 학창시절의 포트폴리오를 가리키며 말한다. “항상 그런 충동에 휩싸여 있어요.”
출처 | New York Times
원글 | https://www.nytimes.com/2019/08/07/t-magazine/papercliff-studios.html
에디터 | 송도예
스케치북 바로가기 | mysketchbook.co.kr/bbs/board.php?bo_table=gallery01&wr_id=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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