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클라이, 반 고흐 등의 화려한 디지털 쇼를 운영하는 프랑스 기업은 많은 관람객들에게 예술을 전하고 있다. 또한 이익도 창출하고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잠수함 기지 내부 벽에는 거대한 구스타프 클림트 나무가 가지를 뻗었고, 파울 클레의 금빛 물고기도 물을 떠다닌다. 돌출부의 일렁이는 밝은 색상이 네 개의 소금물 웅덩이에 비친다. 클림트, 클레, 에곤 쉴레의 저명한 작품을 바탕으로 만든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지는 디지털 애니메이션, 관람객들은 그림들을 감상하며 통로를 따라 거닌다.
"Bassins de Lumier" 또는 "Basins of Light"로 불리는 이 쇼는 프랑스의 코로나바이러스 폐쇄로 인해 지연돼 6월 10일 개막했다. 문화유적 관리와 디지털 전시를 담당하는 파리에 본사를 둔 컬쳐스페이스사가 만든 네 번째 몰입형 예술 공간이다. 두 번째 전시인 'L'Atelier des Lumières“는 2018년 120만 명, 이듬해 14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하며 파리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18년 말, 컬처스페이스는 한국 제주도에 위치한 벙커에서 이런 몰입형 쇼 세 번째를 개막했고, 앞으로도 두바이, 뉴욕시, 시카고에서의 계획이 더 잡혀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컬처스페이스는 과거 공장이나 벙커 같은 역사적 건축물을 찾아내고, 그곳을 개조해 사무실, 관리실, 접수처를 만든다. 이후 전시장은 유명 작가들의 디지털 작품으로 화려한 막을 올리고 화면을 벽에 비춰 사운드트랙에 맞춘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한다. 제작진은 지금까지 마르크 샤갈, 이브 클라인,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등 작가들의 작품을 이용한 디지털 전시회를 15회 열었다.
문화경제학을 연구하는 실비 프리에거 파리대 부교수는 이메일을 통해 컬처스페이스는 "개인을 몽환적인 장소로 이동시키는 '불멸의 예술'의 진정한 선구자"라고 말했다.
컬쳐스페이스는 'Lumières' 체험으로 엔터테인먼트와 예술의 경계,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다른 미술관에서 흔히 보이는 액자와 고요함은 온데간데없고, 베토벤이나 재니스 조플린 같은 다양한 예술가의 음악과 거대한 영상만이 그 빈 자리를 메꾼다.
이처럼 컬처스페이스는 예상을 뛰어넘는 것에 익숙하다. 수년 동안 회사는 프랑스의 문화유산을 관리해왔는데, 예술 산업이 나랏돈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에선 드문 일이다.
컬처스페이스는 실제 미술품을 취급한다는 금전적 부담 없이 전 세계에서 디지털 쇼를 재현할 수 있지만, 대신 그 밖에 큰 비용이 있다. 예를 들어, 보르도 잠수함 기지를 준비하는 데는 1,400만 유로, 약 1,590만 달러가 들었다. 비용의 일부는 80개의 스피커, 90개의 빔 프로젝터, 75마일의 광섬유 케이블, 약 10테라바이트의 데이터 처리 서버 등에 들었다.
디지털 쇼는 컬처스페이스가 하는 일의 일부에 불과하다. 과거 프랑스의 문화부에서 일했던 브루노 모니에가 1990년에 설립한 컬쳐스파이스는 프랑스 남부의 빌라 Ephrussi de Rothschild, amphitheater in the city of Nîmes 등 프랑스 전역의 예술과 문화유산을 관리하기도 한다. 대부분 기념물, 성당 또는 박물관의 소유주는 마을과 지역이며, 나아가 그곳에 사는 납세자들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서 공공기관의 민간 인수는 이례적이다. 파리 대학 교수인 프리에거 박사는 말한다. "도시는 평균적으로 예산의 8%를 문화산업에 쓰고 있어요. 그러나 2000년대 초부터 국가 및 지역 차원의 예술 자금 지원이 정체되고 있습니다.”
"도시는 점점 더 많은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탓에 문화 예산을 절감하는 거예요." 프리에거 박사는 덧붙였다.
컬쳐스페이스가 인수할 때의 목표는 수익성이다. 소유주들은 이익의 5-15%를 받는다. 이 회사의 사장인 모니에는 회사에서 집중하는 네 가지 수익원에 대해 설명했다. "첫 번째, 가이드와 티켓팅 서비스 같은 전형적인 관람객 활동. 둘째, 도서관과 기프트샵. 셋째, 레스토랑, 그리고 넷째가 이벤트입니다.“
'이벤트'는 전시회를 포함하며, 마일롤 박물관과 파리의 무제 자케마르트-안드레와 같은 몇몇 공연장에서는 이벤트가 매우 중요하다. 재케마트-안드레 미술관에서는 현재 영국의 테이트 박물관에서 빌려온 J.M.W. 터너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모니에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같은 거물들이 블록버스터 쇼를 제작하기 위해 많은 돈을 썼기 때문에 전시회에 방문객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지난 몇 년간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11월부터 2월까지 진행된 박물관의 일생일대 레오나르도 쇼는 110만 명의 관람객을 기록했다. 2014년 퐁데션 루이비통이 문을 연 명품 억만장자 베르나르 아르노와 내년 미술품 컬렉션 쇼케이스 개설을 앞둔 프랑수아 피노가 후원하는 박물관에서도 경쟁이 벌어졌다.
"큰 전시회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요" 프리에거 박사는 말했다. "박물관, 특히 외국 박물관으로부터 대여를 받아야 하죠. 거대한 보험료가 들기도 하고요, 좋은 상태로 작품을 운반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게다가 소규모 박물관은 이런 건 하기 어려우니까요.“
컬처스페이스가 몰입도 높은 예술 공간으로 방향을 튼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는 실제 그림 자체가 아니라 그림의 이미지로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은 교통도, 경비 서비스도, 보험도 없다는 뜻이에요."
'L'Atelier des Lumières'가 파리에서 문을 열었을 때, 컬쳐스페이스의 다른 곳보다 더 많은 부류의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모니에는 말했다. "박물관에 가지 않는 사람들, 젊은 세대들, 16세 소녀들의 손을 잡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가족, 조부모, 젊은 부모들까지 있었죠."
”소위 몰입형 체험이라는 건 반드시 새로운 경험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콘스탄스 드베로 코네티컷대 예술리더십 및 문화경영부장은 말했다. "디즈니랜드에서도 찾을 수 있어요. 1960년대를 다녀온 거나 마찬가지죠." 드베로 박사는 예술을 오락으로 바꾸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Lumières'의 형식은 관람객들로부터 하여금 본 작품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는 걸 방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술 작품을 직접 관찰할 때, 거대한 디지털 체험을 할 땐 느끼지 못하는 좀 더 많은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니에는 "Lumières"의 스케일 자체가 관람객들의 인상에 남는 것이라 생각한다. ”완전히 그 안에 있는 거예요. 무척 감성적이고요. 그냥 벽에 걸린 그림만 보는 거랑은 다르죠."
수년간 미술계 일각에서는 예술 산업이 나랏돈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민영화가 서서히 진행되는 것에 두려움을 표해 왔지만, 도르트문트 공과대학의 경제학 교수 크리스티안 헬만직은 좀 더 비즈니스 지향적인 마음을 예술에 적용하는 것이 현명했다고 말했다.
헬만지크 박사는 수입의 흐름을 다양화하고 전 세계적으로 복제할 수 있는 디지털 경험을 만들겠다는 컬처스페이스의 전략과 다른 장소에 적용할 수 있는 박물관 관리 기법을 언급했다. "순수한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여러 벤처들을 묶는다면 확실히 이치에 맞는 일입니다.“
"구글도 그런식으로 작동하고 있어요. 예술계가 이익을 추구해선 안 되는 건가요?“
출처 | New York Times
원글 | https://www.nytimes.com/2020/07/14/arts/design/lumieres-digital-art.html
에디터 | 송도예
스케치북 바로가기 | mysketchbook.co.kr/bbs/board.php?bo_table=gallery01&wr_id=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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